
세계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엔비디아가 2분기에도 기대 이상의 실적을 올렸지만, 시간외거래에서는 주가가 급락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시장 기대치를 크게 웃도는 매출 성장에도 불구하고, 일부 투자자들의 높은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 점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엔비디아는 최근 2분기 매출이 300억4천만 달러(약 40조 원)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22% 증가한 수치로, 시장 전망치였던 287억 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순이익은 166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68% 증가했다. 또한 회사 측은 3분기 예상 매출을 320억5천만 달러로 제시하며 여전히 강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임을 시사했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호퍼(Hopper) 칩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강력하며, 4분기부터 본격 양산에 돌입할 블랙웰(Blackwell) 칩에 대한 기대도 크다”며,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의 확산과 데이터센터의 고도화가 실적 상승의 원동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적 발표 이후, 뉴욕 증시 마감 직후 진행된 시간외거래에서는 엔비디아 주가가 한때 6%까지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장중에도 2.1% 하락한 바 있어, 투자자들의 반응이 예민하게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회사는 이번 분기의 매출 성장률이 1분기보다는 낮아졌다고 밝혔는데, 이는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 우려로 작용했다.
실제로 1분기 매출은 260억4천만 달러로, 전년 대비 262%라는 폭발적인 성장률을 기록한 바 있다. 이에 비하면 이번 2분기의 성장률은 둔화된 모습이다. 또한 매출총이익률도 3.3%포인트 하락해 수익성 측면에서 일부 조정이 있었다는 점도 주목된다.
블룸버그는 엔비디아가 제시한 3분기 매출 예상치가 시장 평균 전망치를 넘기긴 했지만, 일부 전문가들이 제시한 더욱 높은 기대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분위기가 시간외거래에서 주가 하락을 불러왔다는 설명이다.
엔비디아의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150% 넘게 상승하며, 시가총액이 3조 달러를 돌파했다. 최근 5년 동안의 주가 상승률은 무려 3,000%에 이르며, 이는 기술주 가운데에서도 이례적인 성과다. 생성형 AI의 급속한 확산과 함께 관련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엔비디아는 세계 증시의 중심축으로 떠올랐다.
실제로 현재 S&P500 지수 내에서 엔비디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7%에 달하며, 실적 발표 하나로 뉴욕 증시 전체 흐름을 바꿔 놓을 정도다. 이러한 영향력 덕분에 금융 시장에서는 엔비디아를 ‘가장 중요한 주식’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번 실적 발표는 회사의 탄탄한 성장 기반을 다시 한번 입증했지만, 동시에 시장의 기대치가 얼마나 높은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향후 엔비디아가 이 기대를 얼마나 충족시키느냐가 주가 흐름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