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슈퍼카 브랜드들이 전동화 전환을 선언하는 흐름 속에서도 페라리는 오랫동안 내연기관의 끝을 지키는 상징처럼 여겨져 왔다. 엔진 사운드와 고회전 특성이 브랜드 정체성의 핵심으로 자리잡은 만큼, 순수 전기차 출시는 페라리에게 단순한 신차 발표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2026년 5월 26일, 페라리가 브랜드 최초의 순수 전기차 ‘루체(Luce)’를 글로벌 공개했다. 4도어 5인승 구조에 1,050마력 4모터를 탑재한 이 모델은 기존 페라리의 문법과 완전히 결별한 새로운 출발점이다.
애플 디자인 감성과 삼성 스크린의 만남

루체는 페라리가 처음으로 외부 디자인 스튜디오에 맡긴 양산차다. 아이폰과 맥을 설계한 전 애플 수석 디자이너 조니 아이브와 마크 뉴슨이 이끄는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러브프롬(LoveFrom)’이 외관 디자인을 담당했다.
기존 페라리 디자인 언어에서 이탈한 차체는 전장 5,026mm, 전폭 1,999mm, 전고 1,544mm, 휠베이스 2,961mm의 비율로 구성되며, 슈팅 브레이크와 세단의 중간 어딘가에 위치한 실루엣이다. 실내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독점 개발한 다기능 디지털 스크린이 탑재됐다.
최고속도 310km/h 찍은 페라리 루체

루체의 파워트레인은 각 바퀴를 독립 구동하는 4모터 시스템으로, 합산 시스템 출력은 1,050마력이다. 0-100km/h 가속은 2.5초, 0-200km/h는 6.8초이며 최고속도는 310km/h 이상이다.
공차중량은 2,260kg이고, 전후 무게 배분은 47:53으로 후륜 하중이 우위를 점하는 스포츠카 특성을 유지했다. 배터리 팩은 차체(BIW)와 결합하는 구조로 설계돼 굽힘 강성 25%, 비틀림 강성 35% 향상을 달성했다.
350kW 급속 충전 지원하는 전기차

배터리는 210개 직렬 셀 구성의 122kWh 대용량으로, WLTP 기준 주행거리는 530km 이상이다. 충전은 최대 350kW 급속 충전을 지원하며, 800V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한다. 가격은 외부 보도 기준 약 9억 6,392만 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으나, 국내 공식 가격은 미확인 상태다.
페라리는 루체가 기존 내연기관·하이브리드 모델과 공존하는 라인업 추가 모델임을 강조했으며, 2030년까지 연간 판매의 20%를 전기차로 구성한다는 전략을 밝혔다.

페라리가 전기차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업계의 패러다임 변화를 상징한다. 다만 브랜드 최초 EV가 시장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성능 수치 이상의 문제다. 영국 출고는 2027년 봄으로 예정된 만큼, 국내 출시 일정과 공식 가격은 추후 확인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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