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기름 먹는 하마’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미국 머슬카 문화의 상징이 됐던 허머가 전동화 시대를 맞아 두 번째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기존 허머 EV는 약 4톤급 풀사이즈 전기차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했지만, 거대한 차체로 인한 주차·기동성 문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숙제로 남았다.
이번에 GMC가 공개한 허머 X 콘셉트는 바로 그 한계를 정면으로 겨냥한 실험적 제안이다. 중형급 차체 크기와 강력한 오프로드 성능, 그리고 미래 지향적 제조 철학을 하나로 묶어낸 이 콘셉트카는 GMC가 앞으로 EV 오프로더 라인업을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갈지 가늠하게 해주는 시험대로 주목된다.
풀사이즈에서 중형급으로, 달라진 차체 전략

허머 X SUV 콘셉트의 전장은 4,782mm,전폭 2,032mm, 전고 1,852mm 수준으로, 현대 싼타페 등 국내 중형 SUV와 비슷한 범주에 들어온다. 함께 공개된 트럭 버전의 전장은 약 5,264mm로, 기존 풀사이즈 픽업트럭이 5,800mm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운용 편의성 측면에서 한 단계 내려온 셈이다.
거대한 차체가 진입 장벽이었던 기존 허머 EV와 비교하면, 보다 넓은 사용자층에 소구할 수 있는 비율로 무게중심을 옮긴 접근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이들 수치는 GMC나 GM의 공식 자료에서 직접 확인된 제원이 아닌 만큼, 실제 양산 모델과는 차이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험로를 가르는 오프로드 장비 구성

차체가 작아졌다고 해서 오프로드 지향성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허머 X 콘셉트에는 334.3mm에 달하는 최저 지상고가 적용됐다고 소개됐는데, 일반적으로 최저 지상고가 높을수록 바위나 노면 돌출물과 차량 하부 사이의 간격이 커져 험로 통과성이 높아진다는 것은 오프로드 공학의 기본 원리다.
여기에 비드락 알루미늄 휠과 37인치 대형 록 타이어, 하부 전체를 감싸는 언더바디 보호판, 멀티매틱 댐퍼 기반의 하이퍼포먼스 서스펜션이 더해졌다고 한다. 이러한 구성이 실제로 양산에 그대로 반영될지는 미지수지만, 중형 차체 안에 하드코어 오프로더의 아이덴티티를 담겠다는 의지는 분명히 읽힌다.
금속 3D 프린팅과 접착제 없는 제조 철학

이번 콘셉트에서 유독 눈길을 끄는 부분은 ‘플렉스 팹’이라고 불리는 금속 3D 프린팅 공법이다. 금속 적층제조 방식은 전통적인 프레스·절곡 공정보다 형상 자유도가 높아 복잡한 곡면이나 라운드 에지 구현에 유리하다는 것은 제조 공학에서 잘 알려진 사실이며, 차량 전체의 57%에 이 방식이 적용됐다는 주장도 제시됐다.
게다가 화학 접착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스냅 핏 구조와 볼트·너트 같은 기계적 체결만으로 차체를 구성했다는 설명도 함께 나왔다. 수치와 공법 명칭의 공식 출처가 뒷받침되지 않아 검증에는 한계가 있지만, 친환경 제조와 수리 편의성을 동시에 추구하려는 방향성 자체는 업계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콘셉트카가 시장에 던지는 메시지

GMC는 허머 X 콘셉트를 그대로 양산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완성차 업계에서 콘셉트카가 수행하는 역할은 원래 그런 것이다. 차세대 디자인 언어와 플랫폼 가능성, 신규 기술을 시장에 띄워 반응을 살피고, 이후 양산 모델에 부분적으로 이식하는 방식이다.
중형급 EV 전용 플랫폼과 친환경 조립 공법, 스카우트 드론 연동 같은 첨단 아이디어가 언제, 어떤 형태로 GMC의 실제 라인업에 녹아들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다.
이 콘셉트는 대형 오프로더에 관심이 있지만 풀사이즈 차체의 부담을 느껴온 소비자에게 새로운 선택지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제원과 기술 사양의 상당 부분이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태인 만큼, 구체적인 양산 소식이 나오기까지는 아이디어 차원의 청사진으로 받아들이는 시각이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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