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SUV 시장에서 전동화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각 브랜드의 후속 모델 전략이 잇달아 수정되고 있다. 하이브리드와 순수 전기차 비중이 확대되는 흐름 속에서, 내연기관 중심으로 설계됐던 프로젝트들이 전기 전용 플랫폼으로 선회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그 가운데 KG 모빌리티(KGM)의 코란도 후속 프로젝트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각진 박스형 차체와 원형 헤드램프로 1990년대 정통 오프로더의 감성을 되살릴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KR10이, 내연기관 모델 대신 전기 전용 KE10으로 사실상 전환됐다는 관측이 제기되며 팬층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현재까지 KGM의 공식 발표는 없는 상태다.
기대와 침묵을 반복하는 KR10

KR10 프로젝트는 2021년 법정관리 시기 콘셉트 스케치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두툼한 휠아치, 수직형 그릴, 동그란 헤드램프 등 포드 브롱코나 랜드로버 디펜더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이 공개되자 시장에서는 ‘코란도 부활’이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2023년 서울 모빌리티 쇼에서는 실물 크기 모형까지 전시되며 기대감이 한층 높아졌다. 그러나 초기에 거론됐던 2025년 출시 일정은 2027년으로 밀렸고, 테스트카 포착 소식도 거의 들리지 않았다.
중국 체리 iCar 플랫폼 탑재 예상

KE10의 베이스 플랫폼으로는 중국 체리자동차 산하 전기차 브랜드 아이카(iCar)의 V23 또는 03 모델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같은 체리 계열 준중형 SUV인 재쿠 J7(탄수오 06)은 전장 약 4,500mm, 1.6ℓ 터보 최고출력 약 197마력을 갖추고 중국 현지 기준 약 2,000만-2,600만 원에 판매되는 가성비 지향 모델이다.
KE10이 이 계열 전기 플랫폼을 채택한다면 차체는 전장 약 4.4-4.5m의 준중형 SUV급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 경쟁 모델인 코나 일렉트릭(전장 4,355mm, 국내 약 3,000만 원대 중반)과 니로 EV(전장 4,420mm, 약 4,000만 원대 초중반)를 감안하면, KE10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KGM은 이미 토레스 EVX와 코란도 EV에 BYD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어, KE10 역시 같은 계열 배터리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체리 플랫폼 리콜 이력, 품질 신뢰의 걸림돌

중국 플랫폼 도입을 둘러싼 우려는 이미 현실로 드러난 사례에서 비롯된다. 체리 재쿠 J7(탄수오 06)과 티고 7 일부 차량 총 1,108대는 ECU 배선 클립 조립 불량 문제로 리콜 조치를 받았다. 진동이 발생하면 배선이 마모되고, 이로 인해 엔진 전자제어장치가 오작동해 주행 중 엔진이 꺼질 위험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단순한 편의 품질 문제가 아닌 안전과 직결된 결함으로, 해당 플랫폼에 대한 신뢰 논쟁으로 이어졌다. 다만 중국 플랫폼을 사용하더라도 국내 출시 시에는 자동차관리법에 따른 충돌 안전성 평가, 배터리 안전 시험, 제동·조향 성능 검증 등 형식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며, 결함 발견 시 리콜 의무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코란도라는 이름의 무게

KR10이 남긴 기대감은 코란도라는 차명이 국내 SUV 시장에서 여전히 강한 상징성을 지닌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익숙한 이름 뒤에 체리·BYD 기반의 플랫폼과 배터리가 자리한다는 사실은, 소비자들이 브랜드명뿐 아니라 차의 뼈대와 핵심 부품이 어디서 왔는지를 따져보는 시대가 됐음을 보여준다.
플랫폼 출처·품질 이력·국내 현지화 수준에 대한 투명한 공개 여부가 브랜드 신뢰 형성의 핵심 변수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코란도 후속을 기다리는 소비자라면 출시 전 공개될 충돌 시험 성적과 플랫폼 현지화 내용을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아울러 BYD LFP 배터리의 혹한기 출력 저하 특성, KGM의 전기차 보증 조건과 A/S 네트워크 규모, 그리고 동급 국산 전기 SUV와의 가격 간격까지 종합적으로 비교한 뒤 구매를 결정하는 편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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