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불만 폭주”… 신형 모델에 주요 옵션 빼고 가격은 70만 원이나 인상한 국산 SUV, ‘기아 쏘렌토’

기아 쏘렌토 2026년형이 내비게이션 등 주요 옵션을 삭제하고도 가격을 70만원 인상해 미국 소비자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by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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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쏘렌토, 미국서 ‘역주행’ 상품성 논란
주력 S트림, 내비게이션 삭제 후 70만원 인상
북미 소비자들은 불만 토로

기아 쏘렌토 북미 시장 옵션 빠짐
기아 쏘렌토 / 사진=기아

북미 시장의 강자, 기아 쏘렌토가 2026년형 모델을 출시하며 예상 밖의 암초를 만났다. 일부 핵심 트림에서 편의 사양을 삭제했음에도 가격을 인상하는 이례적인 정책을 펼치면서, 현지 소비자들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이는 기아가 추진하는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전략이 시장의 현실과 충돌하며 빚어낸 예고된 파열음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아 쏘렌토 실내
기아 쏘렌토 실내 / 사진=기아

기아 미국 법인이 지난 9월 22일(현지시간) 공개한 2026년형 쏘렌토 가격표에 따르면, 논란은 주력 판매 트림 중 하나인 ‘S’에서 터져 나왔다. 이 트림의 기본 사양이었던 12.3인치 내장 내비게이션과 와이파이 핫스팟 기능이 돌연 삭제되고 디스플레이 오디오로 대체된 것이다.

그럼에도 판매 가격은 기존 3만 4,590달러에서 3만 5,090달러로 500달러(약 70만 원) 인상됐다. 배송료 또한 30달러 올랐다. LX 기본 트림이 가죽 스티어링 휠을 추가하며 200달러 오르는 등 다른 트림의 가격 조정이 수긍할 만한 수준이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기아 쏘렌토
기아 쏘렌토 / 사진=기아

이번에 공개된 2026년형 쏘렌토는 전장 4,810mm, 전폭 1,900mm, 휠베이스 2,815mm의 차체 크기를 유지하며, 파워트레인은 두 가지 가솔린 엔진으로 운영된다.

기본 모델에는 최고출력 191마력의 2.5리터 4기통 자연흡기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상위 트림에는 최고출력 281마력, 최대토크 43.0 kg·m를 발휘하는 2.5리터 4기통 터보 엔진과 8단 습식 듀얼클러치 변속기(DCT)가 탑재된다. 하이브리드(H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은 별도로 운영된다.

기아 쏘렌토
기아 쏘렌토 / 사진=기아

기아는 이번 변경이 “소프트웨어 중심의 상품 전략”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무선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가 모든 트림에 기본 적용되는 만큼, 소비자들이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을 더 선호하는 추세를 반영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미국 자동차 전문지 ‘카즈닷컴(Cars.com)’은 “무선 폰 프로젝션이 표준인 것은 좋지만, 인기 있는 트림에서 순정 내비게이션을 제거한 것은 후퇴처럼 느껴진다”라며 “이는 소비자가 개인 기기와 데이터 요금제에 더 의존하도록 강요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기아 쏘렌토 실내
기아 쏘렌토 실내 / 사진=기아

소비자들의 불만은 더욱 직접적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사양을 빼고 가격을 올리는 사기(scam)”, “데이터가 터지지 않는 지역에서는 어떡하라는 건가”, “기아가 소비자를 우습게 보고 있다”는 격한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경쟁 구도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경쟁 모델인 토요타 하이랜더는 중간 트림인 XLE부터 내장 내비게이션을 포함한 멀티미디어 시스템을 제공하며, 현대자동차그룹의 형제차인 싼타페 역시 비슷한 트림에서 더 나은 편의성을 제공해왔다. 기아의 이번 선택이 경쟁자들에게 오히려 반격의 빌미를 제공한 셈이다.

기아 쏘렌토
기아 쏘렌토 / 사진=기아

이번 논란은 북미 시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기아 쏘렌토는 안방인 한국 시장에서도 위기 신호를 보내고 있다. 지난 8월, 쏘렌토의 국내 판매량은 6,531대에 그치며 국산차 판매 2위로 내려앉았다. 특히 수입차인 테슬라 모델 Y에게도 판매량에서 밀리는 이례적인 결과를 낳으며 ‘국민 아빠차’의 명성에 흠집이 갔다.

2026년형 쏘렌토의 북미 시장 논란은, 제조사가 그리는 미래 자동차 전략과 소비자가 원하는 현재의 가치 사이에 큰 간극이 있음을 보여준다.

스마트폰 연동성이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안정적인 순정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선호하는 ‘침묵하는 다수’의 요구를 외면한 대가는 클 수 있다. 브랜드의 핵심 가치인 ‘고객 중심’과 ‘뛰어난 가성비’를 스스로 흔들어버린 기아의 이번 결정이 향후 쏘렌토의 판매량에 어떤 성적표로 돌아올지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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