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작업구간 치사율 25.6%, 일반사고 2.5배
장마철 이후 9월부터 도로공사 집중되어 주의 필요
전방주시 태만, 졸음운전 등 운전자 책임도 잇따라

고속도로를 달리다 무심코 마주치는 주황색 안내 표지판. 많은 운전자가 대수롭지 않게 지나치는 이 ‘작업 구간’이 사실은 일반 교통사고보다 사망 위험이 2.5배나 높은 치명적인 함정이라는 사실이 데이터로 증명됐다. 특히 공사와 교통량이 몰렸던 지난 9월의 통계는 가을 행락철을 맞은 우리에게 생존을 위한 중요한 교훈을 던져준다.

한국도로공사가 발표한 최근 5년간의 통계에 따르면, 고속도로 작업장 사고는 총 211건이 발생해 54명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갔다. 이를 단순 계산한 치사율은 25.6%에 달한다. 일반 교통사고의 치사율이 10% 미만인 점을 고려하면, 작업 구간에 진입하는 순간 사고 발생 시 사망 확률이 극단적으로 치솟는 셈이다.

유독 9월에 사고 위험이 커지는 이유는 명확하다. 장마와 폭염이 끝난 뒤 미뤄뒀던 도로 보수, 제설 장비 설치 등 각종 공사가 집중되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3년간 9월의 월평균 차단 작업 건수는 약 1만 700건으로, 연평균보다 42%나 많았다. 여기에 나들이 차량이 몰리며 하루 평균 교통량 역시 연평균 대비 5% 이상 늘어나니, 도로는 그야말로 ‘지뢰밭’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은 외부에 있지 않았다. 작업장 사고 원인의 61%는 ‘전방주시 태만’, 35%는 ‘졸음운전’으로, 무려 96%가 운전자의 부주의에서 비롯됐다.
교통안전 전문가들은 “단조로운 고속도로 주행에 익숙해진 운전자는 ‘고속도로 최면’ 현상으로 인해 인지 능력이 저하되기 쉽다”며 “갑작스러운 작업 구간의 등장은 이 단조로움을 깨는 가장 위험한 변수이기에, 평소보다 훨씬 먼 전방을 살피는 습관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이 보이지 않는 암초를 어떻게 피해야 할까? 해답은 ‘미리’와 ‘천천히’에 있다. 작업장 안내 표지판이나 VMS(도로전광표지)를 인지하는 즉시 속도를 시속 60km 이하로 줄여야 한다.
그리고 정체 지점 앞에서 급하게 끼어들 것이 아니라, 최소 수백 미터 전부터 미리 차선을 변경하는 여유가 필요하다. 또한 2시간 이상 운전 시에는 반드시 휴게소나 졸음쉼터에서 15분 이상 휴식을 취하고, 창문을 열어 공기를 환기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작업장 사고만큼, 혹은 그보다 더 치명적인 것이 바로 2차 사고다. 사고나 고장으로 멈춰선 차량을 뒤따르던 차가 그대로 들이받는 이 사고의 치사율은 무려 50%를 넘어선다.
차량이 멈추면 즉시 비상등을 켜고 트렁크를 활짝 열어 후방에 상황을 알린 뒤, 차량에 머물지 말고 즉시 가드레일 밖 안전지대로 대피하는 것이 생명을 지키는 최우선 행동강령이다. 경찰청과 도로공사 역시 사고 수습보다 ‘선(先)대피, 후(後)신고’를 생존 원칙으로 강조하고 있다.
9월의 위험한 데이터는 지났다. 하지만 교훈은 우리 모두의 핸들 위에 남아있다. 고속도로 위 작업 구간은 계절을 가리지 않고 나타난다. 나의 부주의가 나와 타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흉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충분한 휴식과 철저한 전방 주시를 습관화하는 것만이 비극을 막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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