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입차 시장의 판도를 바꾼 브랜드가 조용히 짐을 싼다. 2008년 수입차 브랜드 최초로 연간 판매 1만 대를 돌파하며 업계 1위에 올랐던 혼다코리아가 올해 말을 끝으로 국내 자동차 판매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지난 4월 2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 발표된 이번 결정은, 전날인 22일 일본 본사 경영진 회의에서 내려진 것으로 이지홍 대표가 직접 밝혔다.
전성기는 찬란했지만, 내리막은 가팔랐다

혼다코리아는 2001년 모터사이클 사업으로 한국에 발을 디딘 뒤, 2004년 자동차 판매를 시작하며 본격적인 확장에 나섰다. 이후 23년에 걸쳐 국내에서 약 10만 8,600대를 판매하며 수입차 시장의 상징적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2019년 일본 화이트리스트 배제에 따른 불매운동으로 영업이익이 급격히 하락한 데 이어, 이후 판매 회복세도 뚜렷하지 않았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통계에 따르면 2023년에는 1,385대로 전년 대비 56%나 급감했고, 2024년 2,507대로 반등했지만 2025년에는 다시 1,951대로 22% 줄어들며 구조적 부진이 이어졌다.
글로벌 전동화 실패가 결정타가 됐다

국내 시장의 위축에 더해 본사의 글로벌 위기가 철수 결정을 앞당겼다. 혼다는 2025회계연도에 최대 6,900억 엔, 약 6조 4,000~5,000억 원에 달하는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창사 69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냈다.
전기차 자산 폐기와 개발 중단 비용을 포함한 총 손실 규모는 1조 3,000억 엔에 이른다. 먼저 혼다 제로 살룬, 혼다 제로 SUV, 아큐라 RSX의 개발이 중단됐다.
또한, 2022년 9월 소니와 함께 설립한 합작사 소니·혼다 모빌리티(SHM)의 전기차 ‘아필라 1’ 차기 모델 개발·판매도 2026년 3월 전면 중단됐다. 전동화 전략의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진 셈이다.
철수 후에도 AS는 이어진다

자동차 판매는 끝나지만 기존 소비자에 대한 사후 서비스는 계속된다. 이지홍 대표는 법적 의무 기간인 8년 이상 AS를 지속하겠다고 밝혔으며, 전국 18개 서비스센터와 협력 거점을 통한 지원 체계도 유지된다.
딜러사별 자동차 판매 종료 시점은 협의에 따라 유동적으로 조율될 예정이다. 한편 혼다코리아는 자동차 사업 철수 이후 모터사이클 사업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전환한다. 국내 이륜차 시장에서 약 40%의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남은 사업 영역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혼다의 철수로 한국 시장에 남은 일본 자동차 브랜드는 토요타와 렉서스뿐이다. 스바루, 미쓰비시, 닛산에 이어 혼다까지 떠나면서 일본차의 한국 내 입지는 사실상 한 브랜드로 압축된 셈이다.
한때 수입차 시장의 판을 흔들었던 혼다가 23년 만에 자동차 판매를 마무리하는 것은 단순한 사업 철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글로벌 전동화 경쟁에서 뒤처진 브랜드가 수익성이 낮은 시장을 먼저 정리하는 흐름이 본격화되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혼다 차량 오너라면 AS 거점과 부품 수급 일정을 미리 확인해두는 것이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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