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프, 글래디에이터 4xe 출시 계획 전격 취소
전동화 버전을 글래디에어터 라인업에 포함하진 않는다
스텔란티스 CEO, 전동화 ‘속도 조절’ 공식화

지프의 야심작이었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픽업트럭, ‘지프 글래디에이터 4xe’가 결국 출시 계획을 전면 백지화했다. 2025년 9월 22일(현지시간), 제조사 스텔란티스는 공식 성명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며,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맞춰 전동화 전략을 재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는 단순히 한 개 모델의 단종을 넘어,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 불어닥친 ‘전동화 속도 조절론’이 현실화된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지프는 성명에서 “고객들의 전동화 트럭에 대한 선호도가 계속 진화함에 따라, 스텔란티스는 제품 전략을 재평가하고 있으며 더 이상 글래디에이터의 전동화 버전을 라인업에 포함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신 “글래디에이터의 장기적 성장을 위해 재투자를 시작했으며, 고객이 요청한 더 많은 기능과 커스터마이징, 그리고 ‘추가 파워트레인 옵션’을 가까운 미래에 도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는 이 ‘추가 파워트레인’이 V8 헤미(Hemi) 엔진의 부활을 강력하게 암시하는 것이라 해석하고 있다.

이번 결정의 배경에는 거대 자동차 그룹 스텔란티스의 대대적인 전략 수정이 자리 잡고 있다. 카를로스 타바레스 전임 CEO 시절 공격적으로 추진됐던 ‘데어 포워드 2030(Dare Forward 2030)’ 전략은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고 있다.
유럽 시장 100% 전동화라는 야심 찬 목표는 현실의 벽에 부딪혔고, 안토니 필로사 신임 CEO 체제는 수익성과 시장 수요에 기반한 현실적인 접근법으로 급선회했다.
순수 전기 픽업트럭으로 개발되던 램(Ram) 1500 REV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인 램차저에 집중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글래디에이터 4xe의 취소는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다.

시장의 차가운 반응 역시 이번 결정의 핵심 요인이다. 독보적인 오프로드 성능을 자랑하는 지프 글래디에이터는 현재 3.6리터 펜타스타 V6 가솔린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해 최고출력 285마력, 최대토크 35.5 kg·m를 발휘한다.
전장 5,591mm, 전폭 1,894mm, 휠베이스 3,487mm의 당당한 차체를 바탕으로 오픈 에어링의 자유와 강력한 견인 능력을 제공하지만, 판매량은 눈에 띄게 감소했다. 미국 시장에서 2021년 89,712대로 정점을 찍었던 판매량은 2024년 42,123대까지 떨어지며 심각한 부진을 겪었다.
여기에 전동화 픽업트럭 시장 자체의 성장세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미국 내 전기 픽업트럭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 감소했으며, 같은 기간 가솔린 픽업은 전기 픽업보다 무려 46배나 더 많이 팔렸다. 높은 가격, 부족한 충전 인프라, 제한적인 주행거리는 여전히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지 못하게 하는 걸림돌이다.

물론 스텔란티스가 전동화의 끈을 완전히 놓아버린 것은 아니다. 지프 브랜드는 오프로드 성능을 극대화한 순수 전기 SUV ‘지프 레콘(Recon)’의 출시 계획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으며, 올해 11월 월드 프리미어를 예고했다.
이는 시장 수요가 확인된 SUV 세그먼트에서는 전동화 전략을 이어가되, 아직 시기상조라 판단되는 픽업트럭 시장에서는 한발 물러서겠다는 전략적 유연성을 보여준다.
포드와 GM 등 경쟁사들 역시 전기차 생산 목표를 하향 조정하고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강화하는 등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스텔란티스의 이번 결정은 업계의 보편적인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지프 글래디에이터 4xe의 출시 무산은, 기술적 이상과 시장의 현실 사이에서 벌어진 힘겨루기의 결과를 명확히 보여준다. 전동화를 향한 방향성은 유효하지만, 그 속도는 시장이 결정한다는 냉정한 진리가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
지프가 PHEV의 빈자리를 V8 엔진의 굉음으로 채우며 판매량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지, 그리고 살아남은 전동화 모델인 리콘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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