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버스 업계가 오랜만에 큰 충격에 휩싸였다. 여행·단체 이동 수요를 책임져온 대형버스 공급망에 균열이 생기면서, 수만 명의 생계와 직결된 문제로 번지는 양상이다. 업계 전반에 걸친 피해 조사까지 착수된 상황으로, 사태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국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가 전국 16개 시·도 조합 이사장에게 공문을 발송하며 피해 사례 취합에 나섰다. 사태의 발단은 기아의 유일한 대형버스 모델인 그랜버드의 신규 계약 접수 불가 통보였다.
1994년 8월 아시아자동차(기아 계열) 시절 출시돼 약 32년간 시장을 지켜온 모델이 돌연 공급 중단 위기를 맞이한 것이다.
전세버스 시장의 30%, 하루아침에 공백 위기

그랜버드는 전국 전세버스 시장에서 약 30%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핵심 모델이다. 현대차 유니버스가 60%를 점유하고 BYD 등의 수입산이 나머지 10%를 채우는 구조에서, 그랜버드의 공급 공백은 시장 전체를 흔들 수 있는 규모다.
업계가 즉각 피해 조사에 돌입한 것도 이 때문으로, 전국 전세버스 등록 대수는 약 41,000대(2025년 12월 기준)에 달한다.
현재 문제가 되는 것은 신규 계약 접수가 막힌 것은 물론, 기존 계약마저 취소되며 계약금이 환불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랜버드는 주문 생산 방식으로 운영돼 계약 후 인도까지 통상 2년가량 소요되는데, 이 기간 동안 대체 모델을 구하지 못하면 피해가 고스란히 운송 사업자에게 전가된다.
기아는 “단산 확정 없다”지만, 현장 분위기는 다르다

기아 측은 공식적으로 “단산이 확정된 바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내년 생산 가능 물량까지 이미 계약이 완료된 상태라고 밝혔다. 사실상 신규 계약 여력이 없다는 의미로, 현장에서 체감하는 공급 중단과 별반 다르지 않은 셈이다.
게다가 대안 마련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대차가 유니버스 물량을 늘려 수요를 흡수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며, 해외 버스는 국내 도로 규격과 맞지 않아 도입 가능한 모델이 극히 제한적이다. 결국 단기간 내 그랜버드를 대체할 현실적인 선택지가 사실상 없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차령 규제와 맞물려 대란 우려 커지는 이유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전세버스 차령 규제다.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에 따르면 전세버스의 기본 운행 연한은 11년이며, 임시검사를 통과할 경우 2년을 추가해 최대 13년까지 운행이 가능하다. 2021년 8월 시행령 개정으로 기존 9년에서 11년으로 늘어난 기준이다.
문제는 차령이 다 된 버스를 교체해야 할 시점에 새 버스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공급 공백이 2년 이상 이어진다면 전국 전세버스 운행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토교통부도 현 상황을 인지하고, 연합회 조사 결과를 접수한 뒤 대안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랜버드 사태는 단순한 한 모델의 단산 문제가 아니다. 수십 년간 유지해온 국내 대형버스 공급 구조의 취약성이 한꺼번에 드러난 사건으로 봐야 한다.
전세버스 업계 종사자라면 지금 당장 보유 차량의 차령과 계약 현황을 점검하고, 정부와 조합의 대책 마련 추이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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