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쏘울 결국 단종… 미국 150만대 판매 신화 뒤로하고 17년 만에 퇴장

기아 쏘울이 17년간의 판매를 끝내고 2025년형을 마지막으로 단종된다. 미국에서 150만 대 판매 신화를 썼던 박스카 아이콘의 퇴장이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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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쏘울, 10월부로 결국 단종
美 150만대 신화 ‘박스카 아이콘’의 퇴장
SUV·전기차 시대, ‘가성비’와 ‘개성’은 어디로?

기아 쏘울
기아 쏘울 /사진=기아

마치 시대를 잘못 찾아온 듯, 네모반듯하지만 유쾌했던 도로 위의 이단아. 전 세계를 강타한 ‘햄스터 댄스’ 광고로 기아 브랜드에 ‘힙’함을 수혈했던 주인공. 기아 쏘울이 올해 10월부로 17년간의 여정을 마치고 2025년형을 끝으로 단종된다.

이는 단순한 모델의 퇴장을 넘어, 2000년대 후반을 풍미했던 박스카 문화의 완전한 종언이자, 개성과 가성비로 무장했던 엔트리카 시대의 쓸쓸한 작별을 고하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기아 쏘울
기아 쏘울 /사진=기아

2000년대 중반, 닛산 큐브와 토요타 싸이언 xB가 불을 지핀 박스카 트렌드에 기아는 쏘울(2008년 파리 모터쇼 공개)로 화답했다.

각진 디자인 안에 넓은 공간을 담아낸 쏘울은 실용성을 넘어, 한국차 최초 ‘레드닷 디자인상’ 수상 경력이 증명하듯 디자인 그 자체로 승부수를 던졌다.

결정타는 전설적인 ‘햄스터 광고’였다. 랩 음악에 맞춰 춤추는 햄스터들은 쏘울을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닌, 젊고 ‘쿨’한 문화적 아이콘으로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각인시켰다.

기아 쏘울 실내
기아 쏘울 실내 /사진=기아

결과는 폭발적이었다. 2009년 미국 시장 데뷔 후, 쏘울은 합리적인 가격과 독보적인 개성으로 돌풍을 일으키며 누적 150만 대 판매라는 신화를 썼다.

2015년에는 미국에서만 연 15만 대 가까이 팔리며 정점을 찍었고, 젊은 첫 차 구매자는 물론, 넓은 시야와 쉬운 승하차를 선호하는 실용적인 노년층까지 사로잡았다.

기아 쏘울 실내
기아 쏘울 실내 /사진=기아

하지만 시대는 변했다. 도로 위는 점점 더 크고 날렵한 SUV들이 점령했고, 자동차 산업의 화두는 ‘전동화’로 완전히 넘어갔다. 소비자들의 취향도 변해 박스카의 독특함은 더 이상 ‘힙’하지 않은 것이 되었다.

강화되는 환경 규제와 원자재 가격 상승은 2만 달러 초반대의 ‘가성비’를 유지해야 하는 기아 쏘울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야심 차게 내놓았던 쏘울 EV마저 부진(미국 2019년 철수)을 겪으며 파생 전기차의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기아 쏘울
기아 쏘울 /사진=기아

결국 기아는 브랜드의 미래를 SUV와 순수 전기차 라인업(EV 시리즈)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에릭 왓슨 기아 미국법인 부사장이 “쏘울이 남길 유산에 자부심을 느낀다”면서도 “기아 유틸리티 차량의 미래가 기대된다”고 밝힌 것은 이러한 전략적 변화를 명확히 보여준다.

셀토스, 니로, 그리고 곧 출시될 K4 해치백 등이 쏘울의 빈자리를 메울 후보로 거론되지만, 쏘울 특유의 문화적 코드까지 대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기아 쏘울
기아 쏘울 /사진=기아

기아 쏘울의 단종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모두가 SUV와 전기차를 외칠 때, 개성 넘치는 디자인과 합리적인 가격을 갖춘 ‘첫 차’들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쏘울의 퇴장은 비단 박스카 시대의 종말뿐 아니라, 자동차 시장의 다양성이 줄어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씁쓸한 증거일지 모른다. 도로 위 햄스터는 이제 춤을 멈추지만, 그 유쾌했던 반란의 기억은 오랫동안 남아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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