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11만 대 팔린 베스트셀러”… 국산차지만 한국에서 볼 수 없다는 패밀리 SUV

기아 텔루라이드는 북미 누적 판매 65만 대를 돌파하며 브랜드 가치를 높였으나 국내 출시는 불투명합니다.

기아 텔루라이드 실내
기아 텔루라이드 실내 / 사진=기아

북미 대형 패밀리 SUV 시장은 최근 몇 년 사이 수요가 꾸준히 확대되면서 경쟁이 한층 치열해졌다. 자녀를 둔 중산층 가족을 중심으로 3열 좌석, 넓은 적재공간, 견인 능력을 동시에 갖춘 모델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는 가운데, 기아는 이 세그먼트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 중심에는 기아 텔루라이드가 있다. 2018년 사전 공개 이후 2019년 북미 본격 판매를 시작한 이 모델은 2020 World Car of the Year를 수상하며 글로벌 수준의 상품성을 인정받았으며, 북미에서 연간 10만 대 안팎이 꾸준히 판매되는 인기 차종으로 자리잡았다. 다만 한국 소비자에게는 공식적으로 경험할 수 없는 모델이기도 하다.

북미 중산층을 겨냥한 3열 패밀리 SUV

기아 텔루라이드
기아 텔루라이드 / 사진=기아

텔루라이드는 미국 조지아 주 웨스트포인트 공장에서만 생산되는 북미 전용 모델이다. 각진 차체와 직선적인 그릴로 북미식 대형 SUV 이미지를 구현했으며, 3열 시트를 기본 구성으로 갖춰 자녀가 둘 이상인 가족의 일상과 장거리 여행 수요를 동시에 겨냥한다.

1세대는 가솔린 3.8L V6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 조합으로 최고출력 295마력, 최대토크 36.2kgf·m을 발휘하며, 묵직한 가속감과 높은 견인 능력을 확보했다. 북미 출시 초기 가격은 31,690달러에서 41,490달러 수준으로, 경쟁 모델 대비 풍부한 기본 사양과 공격적인 가격이 흥행을 이끈 요인으로 평가된다.

팰리세이드보다 앞선 판매 실적

기아 텔루라이드
기아 텔루라이드 / 사진=기아

북미 3열 SUV 시장에서 텔루라이드는 혼다 파일럿, 토요타 하이랜더, 쉐보레 트래버스 등과 상위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2023년 한 해 북미 판매량은 약 110,765대로 집계되며, 미국 내 누적 판매량은 65만 대를 넘어섰다.

형제차인 현대 팰리세이드보다 5,449대 많이 팔렸다는 분석도 있어, 같은 플랫폼에서 파생된 두 모델 중 북미에서는 기아 배지가 더 높은 판매량을 기록한 셈이다.

이 성과는 텔루라이드를 통해 기아가 ‘저가 브랜드’ 이미지를 벗고 패밀리·준프리미엄 포지션을 구축하는 데 크게 기여했으며, EV9 등 고가 전동화 모델에도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가 전이되는 효과를 낳고 있다.

하이브리드로 진화한 2세대 파워트레인

기아 텔루라이드
기아 텔루라이드 / 사진=기아

2026년부터 북미 판매가 시작된 2세대 텔루라이드는 차체가 전장 5,065mm, 전폭 1,990mm, 전고 1,765mm, 휠베이스 2,986mm로 구성되며 실내 공간과 비례감을 동시에 개선하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파워트레인은 3.5L V6 자연흡기(287마력 예상)에 더해 2.5L 터보 하이브리드가 추가됐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저속 구간에서 전기모터가 주도적으로 작동하고 감속 시 회생제동으로 에너지를 회수하는 구조로, 최고출력 329마력과 복합연비 약 14.9km/L를 인증 받았으며 한 번 주유로 약 965km 달릴 수 있어 장거리 주행에도 강점을 드러내고 있다.

2027년형 X-Pro 트림은 약 2,268kg 견인력과 전자식 차동 제한장치, 18인치 올터레인 타이어를 갖춰 캠핑·보트 견인 수요에도 대응한다. 2세대 텔루라이드의 북미 기준 시작 가격은 약 39,190달러(약 5,800만 원), 상위 트림은 약 56,790달러(약 8,389만 원)로 책정되어 판매 중이다.

한국 출시가 불가능한 구조적 이유

기아 텔루라이드 실내
기아 텔루라이드 실내 / 사진=기아

기아는 “현재 시점에서 국내 판매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반복해 밝히고 있다.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대배기량·대형 SUV에 불리한 국내 세금 구조와 좁은 도심 주차 환경이 대표적이며, 이미 팰리세이드와 카니발이 국내 대형 SUV·미니밴 수요를 담당하고 있어 텔루라이드가 추가될 경우 라인업 중복이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미국 조지아 공장 생산분을 국내로 역수입하는 과정에서 노조·생산 구조상 제약이 크다는 점도 현실적 장벽으로 작용한다.

기아 텔루라이드
기아 텔루라이드 / 사진=기아

텔루라이드의 북미 흥행은 단순히 한 차종의 성공을 넘어, 기아가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 무게감을 높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사례로 평가된다. 한 세그먼트에서의 탁월한 상품성이 브랜드 전체의 신뢰도를 끌어올리는 레버리지 효과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텔루라이드는 기아의 북미 전략에서 핵심 자산으로 남을 전망이다.

국내 소비자 입장에서 텔루라이드는 팰리세이드의 형제차이자 북미 검증 모델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지만, 공식 판매가 이뤄질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다.

대형 SUV 구매를 고려하는 소비자라면 텔루라이드와 같은 플랫폼 계열인 팰리세이드를 통해 유사한 성격의 차를 경험하는 것이 현실적인 선택이다. 다만 2세대 하이브리드 모델의 등장이 향후 기아의 국내 라인업 전략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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