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먼저 내려라”… 운전자 25% 구매 의사가 전혀 없다는 ‘전기차’, 그 이유 봤더니

전기차 시장 성장 전망은 70%로 회복됐지만, 응답자 25%는 10년 후에도 구매 의사가 전혀 없다고 답했다. 구매 거부 이유 1위는 안전성 우려(45%)로 가격 부담(25%)보다 두 배 높게 나타났다.

by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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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명 중 1명은 ’10년 뒤에도 전기차 안 산다’
전기차 구입 기피 심리 1위는 ‘안전 불신’

국산 전기차 현대 아이오닉 5
국산 전기차 현대 아이오닉 5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화재 사고로 얼어붙었던 전기차 시장에 대한 소비자의 거시적 전망은 1년 만에 다시 낙관론으로 돌아섰습니다.

하지만 이는 시장 전체의 흐름일 뿐, ‘내 차’로 구매하는 개인의 결정에 있어서는 여전히 4명 중 1명이 강력한 거부 의사를 밝혀, ‘안전’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 회복이 대중화의 최대 관건임이 드러났습니다.

자동차 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는 지난 23일 ‘연례 전기차 기획조사’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매년 8월에서 9월 사이 시행되는 이 조사는 일반 소비자 1,080명을 대상으로 전기차 관련 인식을 분석했습니다.

소비자의 전기차 시장 전망과 성장 이유
소비자의 전기차 시장 전망과 성장 이유 / 사진=컨슈머인사이트

조사 결과, 응답자의 70%는 향후 전기차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유지’는 23%, ‘감소’는 7%에 그쳤습니다. 이는 작년 청라 화재 사고 직후 불안감이 확산되며 성장 전망이 52%까지 추락했던 것과 비교하면 18%P 급반등한 수치입니다. 시장의 ‘공포’는 상당 부분 회복된 셈입니다.

시장이 다시 성장할 것으로 보는 이유 역시 구체화됐습니다. ‘충전 인프라 확대 및 개선'(25%)과 ‘가격 하락'(25%)이 공동 1위로 꼽혔습니다. 과거 ‘친환경성'(3위권 밖)과 같은 당위론적 이유가 아닌, 충전 편의성 개선과 가격 부담 완화라는 현실적인 시장 여건 변화가 소비자들의 기대를 이끌어낸 것으로 풀이됩니다.

전기차 구입의향률과 비 구입의향 이유
전기차 구입의향률과 비 구입의향 이유 / 사진=컨슈머인사이트

문제는 시장 전체에 대한 낙관론이 개인의 구매 의향으로 직결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조사 응답자 중 ’10년 후에도 구매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답한 ‘영구적 구매 거부층’은 25%에 달했습니다. 이 수치는 전년도(33%)보다 8%P 감소했지만, 컨슈머인사이트는 이를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시장은 성장할 것이라 보면서도, 정작 자신은 구매를 거부하는 이 ‘심리적 캐즘’의 핵심 원인은 ‘가격’이 아닌 ‘안전’이었습니다.

전기차 구매를 고려하지 않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안전성 우려(화재 등)’가 45%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는 작년(60%)보다는 크게 줄었지만, 2위인 ‘가격 부담'(25%)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수치입니다.

기아 레이 EV
기아 레이 EV / 사진=기아

이는 현재 전기차 시장의 ‘캐즘(Chasm, 일시적 수요 정체)’ 현상을 정확히 설명합니다. 실제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9월 국내 전기차 누적 판매량은 약 11.5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소폭 감소했습니다.

가격이 저렴한 보급형 모델이 출시되어도 소비자들이 구매를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안전’에 대한 불신임을 설문 데이터가 증명한 것입니다.

현대 캐스퍼 일렉트릭
현대 캐스퍼 일렉트릭 / 사진=현대자동차

업계와 정부도 이 ‘안전성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현대차·기아는 열 폭주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캐스퍼 일렉트릭, 레이 EV 등 보급형 엔트리 모델에 적극 탑재하며 소비자 불안 해소에 나섰습니다.

정부 역시 배터리 안전성 인증제(K-BAS) 도입을 추진하고, 전기차 전용 주차장의 소화 설비 기준을 강화하는 등 제도적 보완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물론 잠재 수요층은 두텁습니다. 이번 조사에서 ‘현재 보유'(3%)와 ‘2년 내 구매 의향'(8%)은 총 11%에 그쳤지만, ‘3~5년 내'(31%)와 ‘6~10년 내'(33%) 구매 의향을 밝힌 중장기 수요층이 64%에 달했습니다. 이 거대한 ‘관망층’을 구매자로 전환시키는 것이 시장의 숙제입니다.

청라 전기차 화재 사고 현장
청라 전기차 화재 사고 현장 / 사진=인천시청

컨슈머인사이트는 이 현상에 대해 “작년 화재 사고는 소비자에게 전기차가 생명과 직결될 수 있다는 공포를 각인시켰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소비자가 안전성을 ‘믿을 수 있는 수준’으로 인식하기 전까지는 완전한 대중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강조했습니다. 결국, 기술적 진보와 합리적인 가격 정책을 넘어, 소비자들의 마음속 깊이 자리 잡은 ‘안전 트라우마’를 해소하는 것이 전기차 캐즘을 극복할 유일한 열쇠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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