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 EQS, 출시 3년만에 61.5% 감가
세단, 최고 사양 갖추고도 ‘디자인’에서 혹평 세례
출고 가격 대비 ‘5천만 원’ 증발, 이례적인 추락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에게 한국은 중국 다음으로 중요한 ‘세계 2위’ 시장이다. 그만큼 한국 소비자의 플래그십 세단에 대한 기준은 까다롭고, ‘삼각별’이 주는 위엄과 헤리티지에 대한 기대치는 절대적이다.
이러한 시장에 벤츠가 야심 차게 내놓은 전기 플래그십 메르세데스-벤츠 EQS 세단이 중고 시장에서 1억 원이 넘는 전례 없는 가격 폭락을 겪으며 브랜드의 자존심을 구기고 있다.

가장 충격적인 대목은 경쟁 모델과의 극명한 판매 격차다. 이는 EQS의 부진이 단순히 전기차 시장 침체 때문이 아님을 증명한다. 2025년 3월 부분 변경 모델 출시 이후 현재까지(10월 17일 기준) 메르세데스-벤츠 EQS 세단의 누적 판매량은 고작 38대에 불과하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BMW i7은 432대가 팔려나갔다. 10배가 넘는 압도적인 차이다. BMW i7이 7시리즈 고유의 위엄 있는 3박스 세단 형태를 유지하며 전동화를 이룬 것과 달리, EQS는 효율을 극단적으로 추구한 디자인적 선택이 시장의 외면을 받은 것이다.

신차 시장의 외면은 중고차 시장에서 ‘가격 붕괴’라는 참혹한 결과로 직결됐다. 10월 17일 중고차 플랫폼 엔카닷컴에 등록된 매물을 분석한 결과, EQS 세단의 감가율은 상상을 초월한다.
2024년 12월에 생산된 주행거리 71km의 ‘EQS 450+’ 인증 중고차 매물은 사실상 신차임에도 불구하고 1억 800만 원에 등록됐다. 신차 가격 1억 6,390만 원(기사 인용 기준) 대비 출고와 동시에 5,590만 원이 증발한 셈이다.

연식이 지난 모델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2022년 10월식 ‘EQS 450 4매틱'(주행거리 6만km, 무사고) 모델의 판매 가격은 8,550만 원에 불과했다. 당시 신차 가격 1억 8,860만 원과 비교하면 1억 310만 원, 즉 신차 가격의 약 54.6%가 허공으로 사라졌다.
2021년식 초기 모델의 경우 상황은 최악이다. 10만 km 이하 무사고 기준 평균 시세는 최저 5,343만 원까지 떨어졌다. 출시 당시 최저가가 1억 3,890만 원이었음을 감안하면, 불과 3~4년 만에 감가율이 61.5%에 달한다. “사자마자 62% 감가”라는 탄식이 현실이 된 것이다.

물론 전기차는 배터리 신뢰도 문제와 상대적으로 낮은 중고 수요로 인해 내연기관보다 빠른 감가상각을 겪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EQS의 가격 붕괴는 이를 감안하더라도 이례적인 수준이다. 그 근거는 동일한 플랫폼을 공유하는 ‘EQS SUV’ 모델에서 찾을 수 있다.
엔카닷컴에 등록된 SUV 매물(29대) 역시 감가가 진행 중이지만, 세단(59대)처럼 1억 원 단위의 극단적인 폭락세를 보이지는 않는다. 이는 두 모델의 가장 큰 차이점이자 실패의 핵심 원인이 ‘디자인’에 있음을 명확히 가리킨다.

메르세데스-벤츠 EQS 세단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EVA2)’의 이점을 활용해 극단적인 공기역학 성능을 추구했다.
EQS 450 기종 기준 출력 245kW (약 333ps, 토크 568Nm, 제로백 6.2초, 항속거리 478km(환경부 인증)에 달하는 성능과 양산차 최고 수준인 공기저항계수(Cd) 0.20을 달성했지만, 그 대가로 S-클래스의 상징과도 같은 ‘롱 노즈 숏 데크’의 위엄 있는 비율을 포기해야 했다.

엔진이 없는 공간을 줄여 실내 공간을 확보하는 ‘캡 포워드(Cab-Forward)’ 디자인을 채택하면서, 전장 5,216mm, 전폭 1,926mm, 전고 1,512mm, 휠베이스 3,210mm (이상 EQS 450 기준)라는 거대한 차체에도 불구하고 전면부가 짧고 둥그스름한 형태가 되며 “망둥어, 젤리빈” 같다는 혹평이 이어졌다.

결국 EQS 세단의 실패는 플래그십 럭셔리 시장의 본질을 간과한 결과로 풀이된다. 245kW(333마력), 568Nm의 강력한 성능과 478km(환경부 기준)의 준수한 주행거리를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S-클래스 고객층이 원하는 ‘압도적인 존재감’과 ‘보수적인 위엄’을 충족시키지 못한 것이다.
반면 BMW i7(전장 5,391mm, 휠베이스 3,215mm)은 내연기관 7시리즈와 동일한 차체를 공유하며 전통적인 세단의 비율을 지켜냈다.
기술적 진보(Cd 0.20)를 위해 브랜드의 핵심 자산인 디자인 헤리티지를 희생한 메르세데스-벤츠의 선택은, S-클래스 왕국인 한국 시장에서 ‘1억 원대 감가’라는 냉혹한 시장의 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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