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옵션 다 빼고 국내 출시”… 韓서 누적 판매 125대, 11월에 겨우 5대 팔린 전기차

유럽 올해의 차 르노 세닉 E-Tech가 11월 국내 판매량 5대를 기록해 출시 후 누적 125대에 그쳤다. 5,159만원 시작 가격과 국내 선호 옵션 부재로 경쟁차 대비 경쟁력 부족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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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올해의 차, 르노 세닉 E-Tech
11월 판매량 단 5대
판매 부진의 원인은?

르노 세닉 E-Tech 실내
르노 세닉 E-Tech 실내 / 사진=르노

‘2024 유럽 올해의 차’라는 권위 있는 타이틀을 거머쥐며 국내 시장에 상륙했던 르노 세닉 E-Tech가 석 달 만에 처참한 판매 실적을 기록하며 시장의 냉혹한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8월, 999대 한정 판매라는 자신감을 내세우며 야심 차게 도입되었던 이 순수 전기 SUV는 11월 한 달간 고작 5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이는 전월 대비 77.3% 폭락한 수치로, 사실상 단종 모델을 제외하고 국내에서 판매되는 국산차 중 최저 실적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출시 후 누적 판매량 역시 125대에 머물러, 르노코리아의 자부심이 국내 소비자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았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르노 세닉 E-Tech
르노 세닉 E-Tech / 사진=르노

이러한 부진은 같은 시기 ‘전기차 한파’가 몰아닥쳤던 시장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극단적이다. 11월은 2025년 하반기에 배정된 전기차 보조금이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에서 소진되면서 실구매가가 상승하고 전체적인 전기차 수요가 위축된 시기였다.

하지만 경쟁 모델들의 판매량은 세닉 E-Tech와 하늘과 땅 차이였다. 동급으로 분류되는 기아의 EV3는 11월에 684대가 팔렸으며, 현대의 코나 일렉트릭은 258대, 심지어 강력한 경쟁자로 꼽히던 기아 니로 EV조차도 31대가 판매되었다.

5대라는 실적은 외부 환경을 탓하기 전에 차량 자체의 상품 구성 및 가격 경쟁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시사한다.

르노 세닉 E-Tech
르노 세닉 E-Tech / 사진=르노

세닉 E-Tech 판매 부진의 핵심 원인으로는 압도적인 가격 열세와 국내 선호 사양의 부재가 지적된다. 세닉 E-Tech의 기본 트림 가격은 5,159만 원(개별소비세 3.5%, 세제혜택 반영 기준)부터 시작한다.

경쟁 모델인 EV3 롱레인지가 4,415만 원, 코나 일렉트릭 롱레인지가 4,566만 원, 니로 EV가 4,855만 원임을 고려할 때, 세닉은 시작가부터 300만 원 이상 비싸다.

이 가격 격차는 상위 트림으로 갈수록 더욱 심화되어, 최상위 사양인 ‘아이코닉’ 트림의 가격은 5,955만 원까지 치솟는다. 이는 심지어 한 급 위 준중형 전기차로 평가받는 현대 아이오닉 5의 최상위 트림(롱레인지 프레스티지)보다도 40만 원이나 높은 수준이다.

르노 세닉 E-Tech 실내
르노 세닉 E-Tech 실내 / 사진=르노

가격 경쟁력 부족과 더불어, 유럽에서 호평받았던 고급 사양인 투명 조절 솔라베이 파노라믹 선루프나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본화에도 불구하고, 국내 소비자들이 필수적으로 꼽는 1열 통풍 시트와 2열 열선 시트 등이 상품 구성에서 제외된 점이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했다.

업계는 이러한 상품성 한계의 근본적인 배경으로 국내 생산이 아닌 수입 판매 구조를 꼽는다. 세닉 E-Tech는 르노코리아 부산 공장이 아닌 프랑스 두에 공장에서 생산되어 도입 수량과 옵션 구성에 유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르노 세닉 E-Tech
르노 세닉 E-Tech / 사진=르노

이러한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르노코리아는 12월 들어 파격적인 구매 혜택을 제시하며 반전을 모색하고 있다. 제조사 특별 지원금 300만 원을 포함하여 최대 450만 원의 할인 혜택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를 통해 전기차 국고 보조금이 남아있는 지자체를 기준으로 할 경우, 세닉 E-Tech의 최저 실구매가는 3,723만 원 수준까지 낮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경쟁 모델인 EV3나 코나 일렉트릭의 실구매가와 유사하거나 오히려 낮은 수준으로, 가격 경쟁력 약점을 만회하기 위한 르노코리아의 최후의 승부수로 해석된다.

르노 세닉 E-Tech가 ‘유럽 올해의 차’라는 화려한 간판 대신 ‘한국 시장 맞춤형 가격’이라는 실질적인 무기를 들고 국내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 12월 실적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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