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왜 과속이야”… 한 도로에서만 1만 7천 건 단속, 과태료 함정에 운전자들 ‘분노’

서울 동대문구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2024년 속도위반 1만 7천여 건이 단속돼 '과태료 함정' 논란이 일고 있다. 20km/h 속도제한과 24시간 획일적 규제로 인해 심야에도 과태료가 부과되면서 운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by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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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보호구역 정책이 가져온 딜레마
‘민식이법’에도 어린이 사고 정체
’20km/h’ 대책은 과태료 함정으로 변질

서울의 한 어린이보호구역 과속 단속
서울의 한 어린이보호구역 과속 단속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어린이 교통사고 제로’라는 어린이보호구역 (스쿨존) 정책의 목표가 딜레마에 빠졌다. ‘민식이법’ 시행 등 강력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스쿨존 내 어린이 사고는 좀처럼 줄지 않는 가운데, 대안으로 내놓은 ’20km/h 속도 하향’ 정책이 ‘과태료 징수 함정’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거세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스쿨존 내 12세 이하 어린이 교통사고는 526건으로 5년 새 최다로 집계됐다. 이는 매년 500건 안팎에서 등락을 반복하는 수치로, 사실상 정책 목표 달성에 실패했음을 시사한다.

이에 서울시 등 지자체는 폭 8m 미만의 좁은 이면도로 50곳을 대상으로 제한속도를 30km/h에서 20km/h로 낮추는 초강수를 뒀다.

서울의 한 어린이보호구역
서울의 한 어린이보호구역 /사진=서울시

하지만 이 대책은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국회 한병도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km/h 하향 등이 적용된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햇살어린이집’ 앞 도로는 2024년 한 해에만 17,554건의 속도위반이 적발됐다.

하루 평균 48건의 운전자가 ‘과속 고지서’를 받은 셈이며, 이곳은 2023년(18,779건)에 이어 2년 연속 전국 단속 1위라는 오명을 썼다.

어린이보호구역
어린이보호구역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처럼 특정 지점에서 비정상적인 단속이 폭증하는 이유는 처벌 수위와 비현실적인 규제 때문이다. 스쿨존 속도위반은 20km/h 이내 초과 시에도 승용차 기준 과태료 7만 원이 부과돼 일반도로(4만 원)보다 두 배 가까이 무겁다.

운전자들이 더 크게 반발하는 지점은 ’24시간 획일적 규제’다. 어린이 통행이 전혀 없는 심야나 새벽 시간에도 20km/h라는 속도를 강제하는 것은, ‘안전’이 아닌 ‘규제를 위한 규제’라는 불만이다.

어린이보호구역 과속 단속 카메라
어린이보호구역 과속 단속 카메라 /사진=구로구청

정부도 이러한 여론을 일부 수용하고 있다. 이미 경찰청은 운전자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어린이 통행이 적은 심야시간(밤 9시~오전 7시)에는 제한속도를 50km/h 등으로 완화하는 ‘스쿨존 시간제 탄력운영’을 추진 중이다.

이 탄력운영은 2024년 8월 25곳에서 연말 71곳으로 확대된 바 있으며, 미국 뉴욕주(등하교 시간만 제한)나 전남 여수시(심야 50km/h) 등 국내외에서 이미 합리적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

어린이보호구역
어린이보호구역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어린이 안전은 그 어떤 가치와도 타협할 수 없는 최우선 과제다. 그러나 2024년 사고 526건이라는 ‘정책 실패’의 현실 속에서, ‘단속 1만 7천 건’이라는 ‘함정’만 기능하고 있다면 정책의 전면 재설계가 시급하다.

단속 카메라 숫자를 늘리기보다, 운전자가 진심으로 공감하고 따를 수 있는 스쿨존 탄력운영제의 전면 확대가 진정한 ‘사고 제로’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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